Thursday, September 20, 2018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 농민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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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생활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 농민
아영스
2005. 7. 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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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 농민
ⓒ 겨레하나 2005-07-05 조회수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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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연재 25회 보기
개천절 남북공동행사를 맞아
평양을 찾았던 2003년 10월 초,
북녘의 들판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올 여름 북녘은 태풍 매미의 피해는 적었지만
일조량이 시원치 않아 벼이삭이 그렇게 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북녘의 농촌 풍경,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사진 ▶ 2001년 10월 금강산 농민대회에 참가한 북쪽 농민이 태평소를 불고 있다.
금요노동
3대헌장기념탑 건설현장에 노동지원을 나온 사람들이 잠시 오락시간을 갖고 있다.
1998년 3월 북을 방문한 한 재미동포는 김용순 노동당 비서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부총리급, 2003년 10월 사망)을 만났다. 그런데 그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금요노동을 하다가 만나자고 해서 급히 왔다고 했다. 그 재미동포는 "아니 최고위 간부가 업무는 보지 않고 웬 노동인가"라며 '참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에서 간부들의 '금요노동'은 이상한 현상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어느 간부나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업무가 있거나 해외에서 손님이 찾아온 경우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금요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소속 당회의에서 '건달'(태만)했다고 비판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금요노동'은 각 기관 간부들과 사무원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업무를 전폐하고 건설장·공장·협동농장 등에 나가 의무적으로 육체노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매주 금요일에 실시한다고 하여 통상 '금요노동'이라고 부른다. 금요노동의 현장은 주로 국가적 건설의 현장이거나 농촌 지원, 자체의 생산 현장 등이다. 노동의 종류도 직접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 예술인들처럼 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 등 다양하다.
북의 조선중앙TV는 2001년 첫 금요일인 1월 5일에 내각의 국가계획위원회, 농업성, 수산성 등의 간부들과 90여 개의 성·중앙기관 정무원(공무원)들이 평양시내에 건설 중인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신년 첫 '금요노동'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아침 일찍 작업도구를 갖고 건설장에 출근해 기념탑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조선중앙TV는 4월 27일에도 금요일 내각의 성·중앙기관 일군들이 평양 청춘거리 체육촌에 자리잡고 있는 활쏘기경기장 건설장에서 도로닦기 작업과 운동장 평토작업, 둑쌓기 공사를 벌이는 장면을 방영했다. 금요노동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인들도 금요노동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인민군은 매월 둘째, 넷째주 금요일에 인민군 총참모부 국장급, 총정치국 부국장 이하 장령(장성) 및 군관(장교)들이 영농지원이나 건설공사 지원활동을 벌이는 '금요노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북에서는 간부들도 노동현장과 농촌현장에서 함께 일한다
북은 왜 업무에 바쁜 고위간부들까지 노동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의 의무는 가장 중요한 국민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이점에서 북도 마찬가지이다.
북에서 노동은 개인적인 생활수단이기 이전에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북은 노동이 "물질적·문화적 재부(財富)를 창조하게 하고 인간에 행복을 주면서 사회주의 혁명건설을 완수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노동에 참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북의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과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사무원들도 의무적으로 노동에 참가한다. 한마디로 북은 모든 사람들이 노동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금요노동은 1970년대 후반에 매주 1회씩 의무적으로 노동에 참여하도록 한데서 시작됐다. 또한 1959년 3월 <내각결정 18호>로 사회 의무노동제를 공고한 이후 학생, 사무원들은 매년 일정한 시간 동안 의무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경우 연 10주, 중학교 고등반학생은 8주, 중등반학생은 4주, 그리고 사무원은 4~6주간 의무노동에 참가한다.
특히 농번기에는 북 전역에서 농촌지원 노동이 대대적으로 실시된다. 그래서 5월이면 북 전역의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 농장에서 생활한다. 몸이 아프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농촌지원에서 빠질 수 없다. 농촌지원은 봄과 가을 두 차례 실시된다.
봄철 농촌지원은 지방마다 다소 다르지만 대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이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5월이면 도시는 한산해지고 대신 농촌은 학생들로 시끌벅적해진다. 평양시를 비롯한 대도시 학생들은 주변 농장에, 각 시·군의 학생들은 그 지역 농촌으로 지원나간다. 봄철 북의 농촌 들녘은 남녀 학생들과 방송차에서 울리는 노랫소리와 선전선동원들의 목소리로 뒤덮힌다.
학생들이 농장에서 해야 할 일은 간단치가 않다. 개인마다 하루 작업량이 정해져 있어 대충 넘길 수가 없다. 특히 평양에서 곱게 자란 학생들에게는 무척 고생이 되지만 좋은 경험이기도 하다. 농촌지원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살이 쏙 빠진다. 학생들이 돌아오는 6월에는 평양 최대의 목욕탕을 갖춘 창광원이 '농촌 때'를 벗기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북 최고시인 김철의 <금요로동> 중에서
그처럼 어렵던 나날에
내 이 거리를 위해 벽돌 한 장 쌓지 못했고
온 세상이 쳐다보는 이 거리의 창문들에
내 아직 유리 한 장 끼운 일 없었기에
깨끗이 빤 작업복 한벌
려행가방 깊숙이 넣고 왔더니
천만다행이랄가
나에게도 일감이 차례졌구려
나는 큰 대회의 대표도
출장원도 아닌 보통려행자,
나는 로력영웅, 혁신자도 아닌
평범한 광부
40평생 짊어진 마음의 빚을
하루의 땀으로야 어찌 다 갚겠소만
대극장 배우동무, 정무원의 국장동지
힘자라는껏 듬뿍듬뿍 담아주시오
북의 언론들은 또한 일요일이나 휴일에도 큰 규모의 건설공사 현장에 자발적으로 노동지원을 가는 경우를 자주 미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의무노동이나 지원노동에는 아무런 보수가 없다.
금요노동과 지원노동은 북의 부족한 노동력 보충을 위한 동원수단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역할은 간부들과 주민들의 거리감을 없애고,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없애는데 기능한다는 점이다. 북은 모든 주민들의 의무노동 참여가 당면한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결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상과 부르주아적 관념의 척결', 경제난 극복, '인민대중의 단결력 강화' 등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북은 간부들의 경우 의무노동이 "간부들과 군중들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간부들의 훌륭한 사상과 사업작풍을 유지하는 데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도와 대중의 단결과 함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의 작풍을 없애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TV에서 접하는 일부 북 고위 간부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 거친 손은 다름아닌 금요노동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사회주의권 붕괴와 잇따른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당시에는 거의 모든 간부들이 농촌과 건설현장에서 장기간 근로자들과 함께 힘든 육체노동을 수행했다고 한다.
북이 지속적으로 '수령·당·대중의 일심단결'에 기초한 집단주의 사회를 주창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고위 간부들이 직접 근로자들과 함께 육체노동에 참여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신뢰를 주었던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금요노동에 대한 기피현상이 발생하고, 형식적으로 금요노동을 수행하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요노동 자체가 북녘 사회에서 간부들과 대중들의 거리감을 줄이고 상하간의 일치감을 조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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