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0, 2018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세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 네이버 블로그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세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 네이버 블로그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세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아영스

2005. 7. 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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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세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겨레하나 2005-06-11 조회수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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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연재 22회 보기



북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편과 부인이 다 직장에 나간다.
이런 맞벌이 부부를 북에서는 직장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와 집단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이 남성과 거의 동등한 남녀평등사회다.
그런데 남쪽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가정에서는 남성의 권위를 내세우기도 한다는데...
북녘의 한 직장세대의 하루를 상상해봤다.

사진 ▶ 평양의 아침. 아이는 학교로 엄마는 직장으로 사이좋게 길을 나선다.

조직생활 유지의 근간 : 생활총화


북 직장의 회의 모습
북의 주민들은 평소 "자신의 잘못을 허심하게(딴 생각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비판하고 고쳐나가겠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특히 북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해야 하는 생활총화에서 이 말은 단골로 등장한다. 생활총화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업무수행과 사생활 등에서 나타난 잘못을 비판하는 이른바 자아비판 및 상호 비판 회의다.
북 사회과학 출판사가 펴낸 《조선말대사전》은 '총화'를 "진행 중인 사업이나 생활에 대해 그 결과를 분석하고 결속 지으며 앞으로의 사업과 생활에 도움이 될 경험과 교훈을 찾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통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생활총화에서는 조직원들이 모여서 한사람씩 차례대로 일어나 먼저 자아비판을 한 다음 상호비판을 한다. 특별히 예술인들은 이틀마다 생활총화를 하며, 외국과 접촉이 잦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매일 생활총화를 하기도 한다.
생활총화는 북 조직생활을 유지시키는 근간(根幹)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북의 모든 주민들은 1개 이상의 조직에 가입돼 있다. 가정과 직장생활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3시간씩 일주일에 4~5일은 조직생활을 한다. 김일성 주석은 이같은 조직생활의 당위성에 대해 "조직생활은 사상단련의 용광로이며 혁명적 교양의 학교"라고 규정하고 "조직생활을 떠나서는 정치적 생명도 그리고 혁명성도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5세까지의 어린이들은 유치원과 탁아소에서 생활하며 7세(소학교 2학년)부터 13세(중학교 3학년)까지의 소년소녀들은 의무적으로 소년단에 가입한다. 사회단체들 중 직업총동맹에는 남녀노동자와 사무원들만이 가입하며, 여성동맹에는 직장이 없이 가사일만 하는 여성들, 청년동맹에는 14세부터 30세까지의 청년들, 농업근로자동맹에는 농민들이 각각 가입한다. 소년단 생활을 끝내고 일단 청년동맹에 가입하면 누구나 이 기간 중에 노동당원(현재 약 300만 명으로 추산)이 되려고 애를 쓴다. 모든 단체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하지만 당 조직만은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각 직장이나 가정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조직생활에 의무적으로 참가한다. 평균적으로 보면 하루 2~3시간씩 1주일에 4~5일은 직장 퇴근 후에 조직생활을 한다. 이같은 조직생활을 유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활총화인 셈이다.
주민들은 생활총화시간에 상당히 긴장한다고 한다. 각 조직의 위원장은 생활총화 시간에 드러난 개인의 비판기록을 문서로 작성해 상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위원장들은 매 분기나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생활총화에 나타난 개인기록을 참고해 거기에 자신의 평가를 붙여 상부조직에 보고한다. 만일 이런 일들이 두려워 총화시간에 참석하지 않으면 나중에 개인적으로 다시 해야하기 때문에 개인이 임의로 결석할 수 없다.
또 생활총화에서는 각 조직원들에게 분공(分工)이 주어진다. 분공이란 당 조직이나 근로단체가 개개인에게 업무를 분담하는 것, 또는 할당한 업무를 말한다. 북의 모든 주민은 노동당이나 근로단체의 생활총화를 통해 분공을 받아 수행한다. 분공은 주로 연, 분기, 월, 주 생활총화에서 할당되며 6개월 이상 고정적으로 맡겨지는 분공은 '고정분공', 주 또는 월 등 짧은 시일 안에 해야 할 분공은 '임시분공'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경우 극히 드물지만 '집단적 따돌림' 현상도 생활총화를 통해 대책을 세워 해결한다. 수업시간이나 작업시간에 조는 행위, 금지구역에서의 흡연 등도 단골 비판대상이다. 북의 소설에 보면 "직장 업무를 태공한(태만히 한) 것 때문에 주 생활총화에서 여러 사람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함경북도 라남탄광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궐기모임을 하고 있다.
주 생활총화는 다시 월 생활총화, 분기 생활총화로 이어지고 연말에 결산 총화를 한다. 해마다 12월 25~30일경이면 북 전역은 연말총화와 송년회 분위기에 빠져든다. 송년회를 갖기 전에 연말 총화부터 치른다. 연말총화는 주·월·분기 생활총화보다 규모가 크고 준비도 철저하다. 청년동맹, 직업동맹, 농근맹 등 각 근로단체에서는 간부 선출도 연말총화 때 한다.
기업소의 경우 연말총화에서 당비서는 기업소의 1년간의 성과와 문제점, 향후 과제 등을 제시하며 부기장(회계책임자)은 기업소의 계획성과와 예산집행내역에 대해 설명한다. 연말총화의 핵심은 태만자들에 대한 비판사업이다. 문제가 많은 사람들은 특별히 토론준비를 시킨다. 비판할 내용을 미리 당비서가 점검하기도 한다. 비판받는 사람들은 앞으로 불려나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되고 눈물을 흘리며 자아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어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자는 당비서의 격려가 있게 된다.
연말총화 마지막에 실시되는 각급 단체 간부 선출은 분위기가 사뭇 뜨겁다. 전에는 사실상 임명제였으나 요즘은 동료들의 신망이 두텁지 못하면 당선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말 결산총화는 전에는 7~8시간 씩 걸렸으나 최근에는 3~4시간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북 주민들이 생활총화에 대해 드러내놓고 불평하는 일은 별로 없다. "다른 조직에서는 생활총화를 짧게 하는데 왜 우리조직만 길게 하느냐"는 정도의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사는 모습이 다 똑같듯이 주민들은 상호비판할 때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비판을 받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그저 형식적인 비판을 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서로 단점을 들추면서 비판을 하다보면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가지게되는 경우도 일어난다. 북의 신문에는 한 청년동맹원이 생활총화 회의에서 자신의 결함을 지적한 상대의 충고를 두고 고깝게 여기면서 잘못을 시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의 약점을 들먹이며 반격한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북은 "호상(상호)비판을 두려워하거나, 비판하는 경우도 매우 조심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바른 비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간의 개인감정·선입견 등이 크게 작용한다는 판단아래 이를 시정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청년동맹의 경우 "동지를 아끼고 사랑하며 동지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잘못을 제때 바로 잡아준 모범사례들을 교양하는 사업"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남쪽에서 주간단위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은 굉장히 낯설고, 하기도 불가능하지만 북 주민들에게 생활총화는 조직생활과 함께 반세기 이상 지속되면서 삶의 한 부분으로 정착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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