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0, 2018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두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 네이버 블로그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두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 네이버 블로그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두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아영스

2005. 7. 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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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스물두번째 이야기 : 직장세대

겨레하나 2005-06-04 조회수 :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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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선인출판사)
글/ 사진 : 민족21

1년 동안 자체 월간지인 <민족21>에 연재한 내용을 뼈대로 이 책을 엮어낸 [민족21]은 "북녘 사회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나보십시오."로 시작하는 책의 머리말에서 북녘의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가장 완벽한 ‘북녘 인민 생활사’는 직접 만나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닐까. 그 날을 기대하며 기획 연재 한다.

연재 21회 보기



북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편과 부인이 다 직장에 나간다.
이런 맞벌이 부부를 북에서는 직장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와 집단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이 남성과 거의 동등한 남녀평등사회다.
그런데 남쪽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가정에서는 남성의 권위를 내세우기도 한다는데...
북녘의 한 직장세대의 하루를 상상해봤다.

사진 ▶ 평양의 아침. 아이는 학교로 엄마는 직장으로 사이좋게 길을 나선다.

매일 상점에 들려 저녁식사 재료 사
어제는 생활총화를 끝내고 평소보다 2시간 가까이 늦어 집에 돌아왔다. 벌써 가족의 저녁식사 시간인 8시가 조금 넘었다. 피곤하고 허기가 지기도 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서자마자 혼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큰아들이 배고프다고 빨리 저녁식사 준비를 해 달라고 투정부터 부렸다. 세대주는 보이지 않았다. 손풍금을 유난히 잘 켜는 딸아이는 학생소년궁전으로 음악 과외학습을 하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평소에 가정일은 거의 다 내가 하는데 그러자면 세대주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는데 겨우 일주일에 하루 일찍 들어와서 아이들 봐주고 하는 것도 못해주나 싶었다. 더구나 요즘 중학교 6학년인 아들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 아버지와의 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대학 진학, 직장, 군대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아들은 아버지의 조언을 얻고 싶어했다. 그런데도 요즘 세대주는 계속 퇴근이 늦어 가족이 한 식탁에 모여앉는 유일한 시간인 저녁식사도 거의 하지 못했던 것이다.
부랴부랴 저녁식사 준비를 하려고 보니 부엌에 마땅한 음식재료도 없다. 퇴근만 일찍 했으면 상점에 들렸다 왔을 텐데.
나는 별 일이 없으면 항상 5시 반쯤 퇴근하면 바로 버스를 타고 김일성광장 가까이 있는 대동문식료상점이나 대동문과일남새상점에 들려 식료품을 사면서 저녁식사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장을 보는 일에서부터 직장인으로서 일이 끝나자마자 가정부인으로서 일과가 시작되는 셈이다. 상점의 진열장에는 고기, 닭알, 두부 등의 식료품들과 함께 순대와 같은 가공식품들도 진열되어 있지만 나는 가능하면 가공식품은 사지 않는다. 다소 품이 들고 시간도 걸리지만 아이들과 세대주에게 손맛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하고 싶기도 하고 원재료를 사는 것이 가격도 훨씬 절약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식료품을 사 가지고 집에 들어오면 7시. 그때부터 정신없이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가정 일하랴, 직장 생활하랴, 직장세대의 부인은 정말 바쁘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를 하면서 부엌과 복도를 청소하고 또 세대주와 아이들이 입고 갈 옷도 챙겨야 한다.
아이들은 보통 6시 반쯤 일어난다. 그러면 세대주와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 반쯤 세대주는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 제 각각 먼저 떠난다. 내가 직장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아침 8시 반쯤.
아침에 가장 신경 쓰이는 가정일 중의 하나가 바로 점심곽밥(도시락)을 싸는 일이다. 아이들 둘, 세대주, 내 것까지 아침마다 곽밥 네 개를 싸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밥에, 부식에 머리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점심시간이면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서 곽밥을 꺼내놓고 같이 먹기 때문에 서로의 요리 솜씨를 비교 당하게 마련이다. 같은 재료로도 얼마나 맛깔스럽게 다양한 부식을 만들었는지 얼마나 정성이 담겨있는지 등등.
세대주는 내가 특별히 정성들여 곽밥을 준비한 날이면 저녁에 돌아와 "오늘도 합격이야" 하면서 싱글벙글한다. 아마도 세대주의 직장에서는 자기들끼리 모여 곽밥을 비교하면서 합격, 불합격을 가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세대주는 일주일에 다섯 번, 매 번 다른 부식에 다른 곽밥을 싼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에는 신경이 미치지 않는가 보다.

동무 좋아하는 절반만 안해 생각해주었으면


아무리 가정일을 돕지 않는 남편이라도 김장할 때 배추나르기는 남자들 몫이다.
그렇게 직장에서 곽밥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마친 후 5시 반에 퇴근하면 다시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세대주가 보통 7시 반이면 돌아오기 때문에 가족의 저녁식사 시간은 8시로 정해져 있다. 과외학습이 있는 날도 아이들은 대개 이 시간이면 집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식사를 다 준비해놓고 난 다음에도 세대주는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몇 시에 들어온다, 조금 늦는다 이런 전화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기다리다 못해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상을 물리고 난 다음에야 한 두 잔 마신 술에 얼굴이 벌개진 세대주가 들어와 "왜 전화 안 했냐"고 다그치면 "술집에 전화가 없었다", "퇴근길에 들린 동무 집에 전화가 없었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는다. 고생하는 안해 생각을 자기 동무 생각하는 반만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사람 좋아하고 주위에 사람 많은 세대주가 연애할 때는 멋있어 보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흠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동무들과 어울려 술 한잔을 하고 들어오거나 아예 밤늦게 동무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렇게 세대주가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면 식사나 술을 준비해주어야 한다.
세대주는 어제도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왔다. 아침에 일찍 들어와 달라고 했던 내 부탁은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9시 넘어 친구들을 데려와서는 술상까지 봐달라 했다. 친구들 앞에서 세대주에게 뭐라 할 수는 없고 저녁식사 부식거리도 마땅치 않아 고생했는데 술안주는 또 뭐로 내놓나. 부엌을 온통 뒤져 이것저것 마련해 술상을 봐주고는 먼저 아이들과 함께 옆방에서 잠이 들었다.
어제 일을 다시 떠올리니 오늘 또 직장일 하랴, 가정일 하랴 바쁜 하루 보낼 생각이 막막해지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대주하고의 의견싸움이야 계속 이야기하면서 풀어갈 일이고 사회에서 직장에서 내 맡은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것도 내게 주어진 소중한 몫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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