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0, 2018

현장취재|북녘 농산물 취급현장을 가다 : 네이버 블로그



현장취재|북녘 농산물 취급현장을 가다 : 네이버 블로그




현장취재|북녘 농산물 취급현장을 가다

아영스

2005. 2. 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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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산 고사리에게 생긴 일
현장취재|북녘 농산물 취급현장을 가다





이경수 기자 subbu@minjog21.com






남북교역 ‘원산지 확인 절차’가 합의, 시행된 지 100일 여. 원산지 확인 절차 발표 이후 중국산의 북녘산 위장 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일었다. 그 100일 동안 실제로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북녘산 농산물을 둘러싼 변화를 현장에서 살펴봤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얼마 남지 않은 양력 설 때문인지 한편에는 제수용품 코너가 마련돼 북적였다. 주부들은 연신 고사리며 숙주나물 등을 고르는데….
‘삶은 고사리, 생도라지, 취나물, 삶은 무청’

제사품목은 모두 ‘국내산’이라는 팻말 밑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흔한 ‘중국산’도 녹두나물 한 가지. “북녘산은 없냐”는 질문에 매장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의 대형 마트 홈플러스 내에도 이런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가공된 식품을 대량으로 파는 이곳에서도 신선미유통에서 내놓은 북녘산 고사리 포장팩이 전부였다. 생산량이 남쪽보다 훨씬 웃돈다던, 그래서 그 수급양상에 따라 시세를 좌우할 정도라던 북녘산 고사리는 없어지고 만 것일까.





100톤 보따리로 쌓인 고사리


다음날 찾은 곳은 각종 한약재와 나물류 도매시장인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지하철역을 나서자마자 특유의 한약방 냄새가 스물스물 끼쳐온다.

경동시장으로 몇 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북한산’이라고 큼직하게 써 놓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북녘산 가시오가피 다발 옆에 선 금강한의원 직원은 “원래 북녘산 약재는 수량이 적을뿐더러 최근에는 그마저도 적어졌다”며 “이건 예전에 들여온 것”이라고 기자의 호기심을 일축한다. ‘북녘산’과 ‘중국산’ 구별에 관한 질문에 그는 쉬이 입을 닫는다.

길가에 늘어선 약방마다 국내산과 중국산에 끼어 ‘북한산’ 오미자, 둥굴레, 가시오가피 세 품목이 한 집 건너씩 반복된다. 스무개 남짓한 약재더미 중 한 두 개, 약령시장에서 ‘발견’한 북녘산의 비율이다. 동명한의원의 한 직원은 “북녘산 물품이 많이 죽었다”며 다른 데로 가서 알아보라며 손을 내젓는다.
다른 한 명은 “북녘산이라고 해서 다 북에서 온 거라고 믿을 수는 없다”며 오히려 더 큰 일은 현재 50% 이상을 차지해 버린 중국산 약재라고 설명한다. ‘남녘’ 시장에 위치한 ‘북녘산’의 현 주소다.

제기약령시장 길 건너 경동시장, 길가의 좌판은 더 늘어나고 사람들을 헤쳐 지나야 할 정도로 북적인다. 곳곳에서 ‘호객행위’ 하느라 주위에서 온갖 종류의 소리들이 윙윙거린다. 목표는 고사리 도매시장.

고사리는 한약재와 더불어 1998년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5배 이상 규모가 커진 대표적 남북교역 물품이다. ‘북한산 고사리’는 북녘 농산물 중 낯설지 않은 몇 안 되는 물품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도매시장 입구부터 ‘made in DPRK,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쓰여진 박스가 눈에 띈다.
도매시장 골목 입구에도, 골목 내 공용휴게실에도, 동그랗게 칭칭 동여매 놓은 말린 고사리를 좌판에 내놓은 가게들에도 안쪽에 박스가 쌓여있다. 말린 고사리 포장마다 ‘원산지; 북한산’이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도매시장 내 미가상회 주인 김모 씨(62)의 가게에는 100톤 쌀푸대 가득 흙 묻은 고사리가 가득 담겨 있다. ‘북한산’이라고 매직으로 휘갈겨 쓴 글씨가 원산지를 알려주고 있다.

북녘산은 근당 5000원, 국내산은 6000원,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김 씨는 음식점에서 장보러 나온 사람들은 1㎏짜리 2만 원 박스포장 중국산을 많이 찾고 장보러 나온 주부들은 북녘산이나 국산을 사 간다고 설명한다. 그는 고사리를 손질하며 “이건 우리랑 같은 흙에서 자란 것이라서 훨 맛이 좋다니께”라며 바쁘게 손을 놀린다.



북녘산? 중국산? 헛갈리지 말자


경동시장에서 판매되는 북녘 농산물은 다양하다.
고사리와 호두가 주를 이루고 상황버섯, 석이버섯, 송이버섯 등 버섯류, 둥글레, 고구마순, 오가피, 오미자, 송화가루 등 남북교역의 대표적 물품이 모두 모여 있다.

판매상인들은 “국산보다야 못하지만 가격이 중국산과 비슷하면서도 품질은 그보다 나아서” 그럭저럭 잘 팔린다고 설명한다. 실제 대부분의 품목은 가격이 국산의 절반 가량, ‘시장’에서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진짜로 북녘산인지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농산물은 남북교역물품 중 비중이 높은 데다 북녘산의 무관세 혜택 때문에 중국산을 북녘산으로 둔갑시켜 위장 반입한 사례가 적지 않게 적발되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진짜 북녘산 맞냐”는 질문에 때론 짜증 섞인 반응마저 나온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때문에 지난해 9월 남북이 ‘남북 사이에 거래되는 물품의 원산지 확인절차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이후 “위장 반입을 줄여 중국산의 시장 교란을 줄일 수 있는 조치”라는 긍정적 분석이 줄을 이었다. 실제 그 효과가 드러나는 상황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지만.

공용 휴게실에서 만난 한 상인은 천장까지 쌓인 북녘산 포대를 두고 “무역상들이 지금까지 쌓아놓은 물건을 푸는 것”이라며 “우리야 그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남북교역 업체들의 표정은 밝다. “농산물 교역이 지금까지 피해를 많이 입었는데 다행”이라며 하나같이 원산지 확인조치를 반겼다.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업체들이 관망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실제로 “몇몇 업체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라고 귀뜸한다.

원산지 확인 제도 시행 후 100여 일, 눈에 띄게 변한 것은 없어도 ‘신뢰감’은 상승한 것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의 교류·경협, 특히 협력사업이 아닌 단순교역 사업의 경우 1989년에서 2003년까지 반입액의 폭은 234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43배가 넘게 확장 일로에 있다. 원산지 확인 제도는 그 와중에 생겼던 잡음을 조금씩 제거하고 있는 셈이다.




경동시장에서 파는 고사리 묶음이다. "북한산"원산지 표시를 선명하게 찾을 수 있다. 사진은 고사리 도매시장 내 한 상가. 대부분 이렇게 대량으로 쌓아놓고 판매한다.





남북교역 신뢰감 상승 중


원산지 확인제도가 ‘실무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

원산지 확인제도는 지난해 7월 31일 제2차 남북경협제도실무협의회에서 합의한 ‘남북 사이에 거래되는 물품의 원산지 확인절차에 관한 합의’에 따라 9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에 있다. 관세청은 이에 따라 ‘남북교역물품통관관리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며 본격적인 가동에 나섰다.

원산지 확인제도의 핵심은 기존 북측의 발급처를 일원화하는 데 있다. 그전까지 조선무역은행, 조선대외상품검사위원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발급하던 원산지확인 증명서를 북측 민족경제협력련합회(이하 민경련)에서 담당, 최종 날인하기로 되어 있다.

실제 원산지를 확인하는 인천본부세관은 제도화 시범실시로 바쁜 와중에 있었다.
인천까지 내려갔다가 못 만나고 다시 되돌아 온 것도 한 차례, 원산지 확인을 담당하고 있는 서영진 반장은 아침 나절부터 창고를 도느라 만나기가 쉽지가 않았다.

10% 정도만 선별 확인하는 타 수입품들과 달리 북녘 물품, 특히 농산물의 경우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량 확인해야 되기 때문이란다. “어유, 아직 정신 없습니다. 또 아직 원산지 확인제도 유예기간이라서요”라는 게 그의 첫 마디다.

“중국산에서 북녘산으로 위조할 수 있는 여지를 원산지 확인 제도가 봉쇄하고 있는 셈이죠. ‘확인’이 가능하니 교역물품에 대한 신뢰감도 쌓였구요. 그만큼 안심하고 북녘산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민경련은 북에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과 함께 관세청으로 물품 원산지증명서 발급 내역을 팩스로 통보해 오고 있다. 통보 뿐 아니라, 진위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관세청에서 민경련으로 확인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크로스 체킹’이 가능한 것이다.

아직 어려움은 채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민경련에서 일괄 발급하기로 한 원산지증명서가 아직 ‘일원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1월까지는 다른 기관의 증명서까지 인정하도록 유예하고 있는 상태, 세관본부 직원들은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올해에는 지난 제6차 경협제도실무위원회에서 논의한 대로 남북 직교역 사무소도 설치될 예정이다. 제3국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남북의 관계자들이 직접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교역 당사자들은 아직 욕심이 더 있다. ‘정기적인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샘플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방문해서 물품을 섭외해 오고 싶다’ 등 산적한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

그런 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일. 그러면 더 많은 북녘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2004년 2월호]






북녘산 고사리,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북녘 산하는 맑고 깨끗해 온통 고사리 천지다. 여기서 자란 고사리가 남녘으로 내려오려면 ‘교역 허가증’을 가진 곳에서 취급해야 한다. 개선무역총회사, 광명성총회사, 삼천리총회사 등 민경련 산하 무역회사가 주요 통로다.
현재 고사리를 비롯한 각종 교역물품은 민경련의 원산지증명서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남북간 물품 거래’로 취급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북녘 고사리가 남쪽으로 오는 길은 두 가지이다. 2002년부터는 남포, 라선 등 북쪽 항구에서 바로 인천항으로 오는 ‘최단’ 코스가 생겼다. 인천∼남포간 정기선인 트레이드 포춘호는 물론 비정기적으로 작은 똑딱선이 이용되기도 한다. 다른 코스는 중국, 홍콩, 일본 등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다. 그때 새로운 박스에 포장되기도 한다. 중국에 도착하면 배를 갈아타기도 하는데, 경유국의 보세구역 밖을 벗어나면 안 된다. 단순경유 인정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로에는 인천-남포항로(국양해운), 부산-나진항로(동룡해운), 속초-자루비노(동춘항운) 항로가 있으나 고사리는 대부분 인천-남포 항로를 거친다.
인천항에 도착하면 원산지 확인 절차를 거치며 동시에 식약청의 ‘식품위생법’ 허가증을 받아서 안정성을 입증 받아야 한다. 절차를 마친 고사리는 박스나 포대 째로 수입업자에게 이송, 시장에 선보이거나 마트, 인터넷 농산물 배송업체 등으로 제 갈길을 간다.
이처럼 말린 고사리, 생고사리 등 북녘산 농산물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거치는 단계는 여러 가지, 그래도 국내산과 다를 바 없는 맛과 향취로 밥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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